층 형식으로 된 작품이었다. 맨 아래는 한 명, 그 위에는 한 명보다는 많은 숫자, 그 위에는 더 많은 숫자. 점차 늘어가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각 층마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데, 맨 위에 사람들은… "너무 다양한 걸 하고 있어요. 나무를 깎는 사람도 있고, 무언가를 제조하는 사람도 있어요." "네." "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게 무대 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을까요." "네?" "내가 벤 나무가 어느 연극장의 바닥으로 쓰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괴짜 천재의 서재로써 세트장에 쓰이는 거요. 저 사람들은 알까요?" "아마… 모르실 것 같아요." 나는 홀린 듯이 대답했다. 이게 무슨 대화지 싶으면서도 계속 듣고 싶었다. "작품 설명이 참 모순적이라 좋아요. 맨 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대에 무슨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당신이 느끼는 모든 것을 허투루 느껴지게 하지 않는다니. 웃기지 않아요?" "……." "여기서 지칭하는 '우리'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고." "……." "작품이랑 제목이랑 영 안 맞는 것도 궁금하고." 제목. 작품 제목은 '아래'였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말을 뱉었다. "아이고.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이만 가봐야겠어요. 작품 설명 봐봐요. 제가 시간을 너무 뺏은 것 같네요." "아, 아뇨.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내 이름 윤서영이에요. 기억해요." 바쁘게 사라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의아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나는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작품 설명을 읽었다. 이 작품은 무대 아래를 표현한 것으로, 역삼각형의 층 구조를 띠고 있다. 제일 아래 위치하여 화려한 몸짓을 하고 있는 사람 한 명은 '무대 위의 사람'을 나타낸 것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사람들은 '무대 아래 사람'을 나타낸 것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의 시작인 '무대 위의 사람'은 작품 내에서 제일 '아래'에 위치하며, 이 작품의 끝인 '무대 아래 사람'은 작품 내에서 제일 '위'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창작자인 예술대학 공연기획연출학과 윤서영 교수는 이러한 역설적인 표현들을 활용하여 '우리는 당신이 느끼는 모든 것을 허투루 느껴지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래> 윤서영 Ver más